스타트업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고, 또 그 해결책은 무엇이며, 시장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즉,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제품의 비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명확하게, 언제 누가 물어봐도 명확한 한 두 문장이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물론 이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비전을 고객에게 시각적인 언어로 전달(Deliver)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항상 바쁘다. 바쁜 흐름에서 일하다 보면 회사의 비전을 망각하기 쉽다. 또 스타트업에서는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회사의 비전도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회사의 비전을 항상 명확히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공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비전을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입하고, 다른 구성원과 계속 일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실리콘 밸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제품 디자인을 하면서도, 가끔 컨퍼런스나 밋업 등의 이벤트가 있으면 대표와 함께 부스를 지켜야 했다. 그런데 대표가 항상 부스를 지킬 수 없으니, 나 역시 우리 제품을 설명하고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했다. 하지만 난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 사업 계획서(Executive Summary)에 있는 회사의 비전, 시장의 문제, 해결책 등을 이벤트 전날 밤마다 달달달달 외워야 했다.
그런데 당시에 임시방편으로 외웠던 것들이 이후 나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짤막한 몇 문장의 비전이 내가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이유가 되었고, 출근해서 일을 시작할 때도 출발점이 되었다. 물론 그 전, 한국에 있을 때도 항상 회사에 깊이 몰입해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몰입은 아니었다. 정말 잘 알긴 잘 아는데 가슴만 알고 머리는 몰랐으니까. 또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아는 게 아니었으니까.
특히 디자이너의 역할은 서두에 말한 것처럼 회사의 비전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우리 회사의 비전과 제품의 가치를 굉장히 명확히 알고 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표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직원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바꿔말하면,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을 항상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