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자이너의 역할은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전달이란 게 무지무지 어렵다…
일단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별로 없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디자이너를 두 명 이상 고용하는 스타트업이 잘 없다.(CEO와 CTO, 단 두 명으로 구성된 팀도 꽤 많다.) 디자이너가 한 명 있어도 연봉을 많이 주지도 않기 때문에, 시니어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와이어프레임을 그려주는 기획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매일 쏟아진다. 디자이너로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은 쉽지 않다.
그리고 제품은 MVP 또는 초기 버전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누가 닦아온 길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없는 길을 만들면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포토샵에서는 그 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UI 이전에 ‘이야기’를 만들어야 길이 보인다. 회사의 비전과 제품의 가치를 구조화 하고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필터링하여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럼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첫 번째는 이야기의 구조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구조로 만드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전달하려는 주제를 두괄식으로 먼저 던져놓을 수도 있고 또는 미괄식으로, 숨겨놨다가 나중에 꺼낼 수도 있다. 게다가 수미상관, 반전, 복선 등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말 많은 형태와 장치가 있다.
두 번째는 목소리다. 일반 사람이 말하는 것과 성우가 말하는 것은 전달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성우들의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먼저 목소리가 좋아야 되겠지만, 각각의 이야기마다 필요한 목소리도 다르다.
즉, 이야기의 구조를 잘 만들고 그 이야기를 좋은 목소리로 전달하면 된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면 Flow와 Artwork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각 페이지 간의 Flow가 명확하고, 그 Flow마다 들어가는 여러 가지 GUI 장치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활용할 때 좋은 Flow가 탄생한다. 하지만 그 Flow는 눈으로 봤을 때 아름답거나 세련된 Artwork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Color, Shape, Pattern 등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시각적인 요소들 말이다.
사실 Flow와 Artwork 두 가지 모두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Artwork보다 Flow가 중요하다. 그런데 Artwork가 기준 이하라면, 요즘같이 경쟁이 심한 시대에서는 제품 같지 않아 보일 수가 있다. 물론 Artwork는 손꾸락을 열심히 놀리면 늘긴 는다. 하지만 Flow는 정말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디자이너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