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of Being Wild

변화

August 9, 2021

시대의 변화
변화는 특정한 계기나 사건을 통해 일어나는데 어떤 시대적인 큰 변화는 뚜렷한 포인트 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요즘 주변에 다양한 리더를 보며 IT 업계가 변화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리더십이 변했고, 리더십이 변하니 일하는 프로세스가 변했다. 중요한 포지션에 젊은 리더가 늘어났고 자기 분야에서 comfort zone을 벗어난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프로덕션을 이끈다. ‘최연소 임원’은 옛날에나 뉴스가 됐다. 이제 젊은 리더에게 투자하지 않는 회사는 금세 프로세스가 낡아 버리고 comfort zone의 루틴에 물든 리더만 남게 된다. (여기서 젊음은 단순히 나이의 젊음만이 아니다.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함께 일하기 더 힘들다.)

리더십이 변하게 된 시대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아마도 웹이라는 현세대가 끝나고 차세대가 시작된 느낌이다. 아이폰이 나오고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온 지 한참인데 무슨 웹? 그런데 모바일도 프로덕션 방식은 웹서비스의 방식과 똑같다. 웹에서 익숙한 레이아웃, input 타입, 스토리텔링 방식은 모바일에서 그대로 쓰였다. 작은 뷰에서 터치 기반으로 convert된 정도랄까. 차세대의 변화는 사고방식부터 다르다. 요즘 세대는 검색을 유튜브로 하니 매우 다르다지만 검색 방식은 동일하다. 결과가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바뀐 것뿐이다. 발전과 변화를 굳이 억지로 구분짓고 싶다. 그렇다면 중국-태국 2군의 축구 경기가 한국에서 320만 뷰를 뽑아내는 게 진짜 변화같다. 또한, 간편 송금 등 새로운 금융 경험이 변화일까. 진짜 변화는 동전에 시바견을 박아 넣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는 리더와 팀 그리고 제품의 기본기를 갈고 닦는 발전이 중요했다. 차세대에서는 고유하고 독창적인 철학과 방식이 필요하다. 웹에서 시작된 프로덕션의 사이클이 한 바퀴를 돌았고 지금 다시 ‘태동기’가 온 게 아닐까.

나의 변화
스타트업에서 산전수전 겪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를 디자이너로 소개하는 게 어색했다. 어느 날은 밖에서 엘리베이터 피치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PHP 쿼리를 짜다가 노트에 영수증을 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 덕분에 프로덕션 전체 과정과 세부 단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게 됐다. 그런데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 꼭 나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월드클래스 축구 선수는 단순히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다. 선수 한 명이 가진 특별한 기술, 시야, 습관 등등등 도대체 뭔가는 하나 있어야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디자인 실무는 거의 안 하다가 지금은 정말 디자이너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day by day 일을 하면서 담아야 하는 soul을 다시 정립하는 것 즉, 일하는 신념을 설정하고 지켜나가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기본기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 이제 나만의 고유한 신념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