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of Being Wild

절충과 타협

January 4, 2021

회사에서 일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결정은 동료들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다. 그런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누군가의 의견이 급진적이고 명료할수록 많은 논쟁과 이견을 낳는다. 이때 ‘절충’과 ‘타협’이 논쟁의 결론을 맺는 아주 매력적인 방법이 된다. 여러 의견을 적당하고 적절한 지분으로 반영하고, 의견을 다수결로 솎아내 불평을 최소화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절충과 타협이 많을수록 제품은 실패에 가까워진다. 절충과 타협을 통해 당장의 회의는 모두가 해피하게 마칠 수 있지만, 출시일에 사용자가 만나는 제품의 엣지와 메시지 전달력은 감퇴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지 않아야 만졌을 때 뾰족함을 느낀다. 절충과 타협이라는 정으로 엣지를 때리는 동안 제품은 서서히 매력을 잃어버린다.

나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수반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많을수록 동료들에게 이야기한다. ‘절충하지 말고 타협하지 마시라’고, 가끔은 ‘드러누우시라’고. 일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지만 내가 가진 범위 내에서 내 뾰족한 주장, 내가 믿고 가는 엣지가 없다면 아웃풋 역시 흐지부지해진다. 그리고 드러눕기 전에 나 역시 철저하고 단단하게 누울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귀를 닫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동료의 의견을 내 것처럼 따져봐야 한다. 또한, 나도 똑같이 동료를 절충시키거나 타협시키면 안 된다. 때로는 싫어도 화끈하게 따르고 빠르게 실행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얼마나 해피한지 관심이 없다. 여러 방향으로 모가 난 돌을 빠르게 선보여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여기까지 2020년 반성.